선우성_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신문 잡지의 광고란에는 노출의 계절을 대비해서 체중을 미리 뺄 것을 조언하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선전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비만과 운동 부족이 주요한 건강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 시민의 20% 정도가 비만에 해당하며, 청소년 중에는 서양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도비만으로 자신의 체중을 감당치 못하는 사례도 자주 보고되고 있다. 또한 잘못된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지나치게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젊은 여성들은 정상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살 빼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살을 빼는데는 뭐니뭐니해도 굶는 길밖에 없다’는 통설이 나돌고 있어 국민건강에 큰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비만환자가 많다는 점을 악용하는 일부 상혼들이 식사 대신에 끼니를 해결한다는 위험한 건강보조식품들을 앞다투어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굶으면서 살을 빼는 방법은 의학적으로 매우 위험하고도 효과가 신통치 않은 방법이다. 우리 몸이 매일의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양의 열량(칼로리)과 각종 영양소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굶는 것은 이런 열량의 부족과 영양소의 결핍으로 온 몸의 신진대사를 망가뜨리고 비효율적인 열량의 분해방법을 촉진시켜 건강을 악화시킨다. 갑작스런 금식은 피로, 어지럼증, 탈모 등의 증상은 물론, 급성담낭염, 부정맥 등을 일으켜 치명적일 수도 있다. 체중조절의 과학이 매우 발달한 미국에서도 하루 800Kcal 이하의 초저열량 식사를 할 때는 병원에 입원하여 의료진의 감독 속에 시행토록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 금식을 하면 초반에는 체중이 다소 잘 빠진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 작용(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노력) 때문에 그 체중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갑자기 뺀 살은 손쉽게 다시 찌기 쉽고 이렇게 체중이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은 ‘체중의 요요(yo-yo) 현상’이라 하여 건강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 몸이 항상성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살을 빼고 그 체중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살 빼기에도 성공하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음식의 양은 줄이되 아침 식사를 꼭 하고, 점심, 저녁으로 갈수록 칼로리가 적은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음식을 골고루 먹되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주로 먹으면서 2주일에 0.5-1.5 Kg 정도의 감량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미 먹은 열량의 소모와 지방질의 감소를 위한 하루 이삼십 분의 운동은 물론 필수이다. 음식의 열량을 서서히 줄여서 살을 빼고 그 체중을 운동을 통해서 유지해 나간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런 방법으로 체중이 줄지 않는다고 해도 성급하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식습관과 운동습관은 체중이 줄지 않아도 건강에 상당히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끈기가 부족한게 문제지 꾸준히 시행하면 결국에는 체중이 빠지게 되어있다. 단기간에 살을 뺀다는 광고는 모두 믿을게 못 된다. 꾸준히 장기간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2주일에 1Kg 빼는 것은 결코 느린 것이 아니다. 3개월만 계속했다고 가정해 보라. 몇 Kg이 빠지겠는가? 건강하게 살 빼는 방법, 그 해답은 평범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