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 1만m 한국신기록 깬 서울시청 육상부 이대로 선수

"1분 17초 10"
서울시청 육상부 이대로 선수가 지난 4월 전국실업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일반부 경보 1만m에서 한국신기록을 깨고 단축한 시간이다.
백 분의 일초에 승부가 결정되는 육상 종목에서 무려 일분이 넘는 기록 단축은 말 그대로 쾌거 중의 쾌거다.
이대로(24) 선수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김동영(서울시청) 선수가 작성핳ㄴ 종전 한국기록 41분 25초 24를 무려 1분 17초 10 앞당기며 한국신기록을 수립하고 40분 18초 14로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 대회, 어느 경기의 승리가 값지지 않겠냐'마는 이대로 선수의 이번 대회 우승과 한국신기록 수립은 남다른 의미와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절망을 딛고 일어서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육상과 인연을 맺은 이대로 선수는 장거리와 경보종목을 겸하면서 육상을 해왔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경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 곧바로 서울시청 육상부에 경보 선수로 입단을 했다.
고등학교 경보 랭킹 1위를 달리던 이대로 선수의 실업팀 출발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내 그 자신감은 빛을 잃어갔다. 출전하는 경보 대회에서 자주 실격을 당하면서 경보 종목에 대한 자신감도 잃어갔고, 기록도 점차 저조해졌다.
육상 경기의 한 가지인 경보는 일정한 거리를 어느 한쪽발이 반드시 땅에 닿은 상태로 하여 걸어서 빠르기를 겨루는 경기이기 때문에 걷는 내내 항상 긴장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대로 선수에겐 여느 사람들보다 다리가 조금 휜 것이 문제였다. 특별한 신체조건은 심판진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으며, 불안한 자세 탓에 잦은 실격을 당해야만 했다.
사기가 떨어진 이대로 선수는 경보를 잠시 접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장거리 육상선수 생활을 해왔기에 마라톤이 그에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라톤은 단기간에 승부가 나진 않았다. 이대로 선수는 벼랑 끝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때 '경보도 마라톤도 다 던지고 운동을 포기하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겐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었다.
"국가대표가 되어 세계적인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힘들고 어렵게 운동을 해왔는데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작년에 너무 힘이 들어 잠시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감독님을 비롯한 주위의 많은 분들이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대로 선수를 누구보다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했던 사람은 서울시청 육상부의 오재도 감독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선수였기에 오감독 또한 이대로 선수에게 또 다른 승부수를 걸었다.
"이대로 선수에게 다시 경보를 권유하고 경보에 마라톤 훈련방식을 접목해 지도했습니다. 특히 지난 동계 훈련 때 집중적으로 자세교정과 지구력 부완 훈련을 해온 것이 울해 좋은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라이벌이자 팀의 동료선수인 김동영 선수는 이대로 선수에겐 큰 힘이 되었다. 외롭게 자신과 싸워야 하는 육상에서 함께 훈련하고 뛸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선의의 경쟁자서, 든든한 벗이 되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른다.
막상막하, 두 선수 모두 한국 최강의 경보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올 6월에 있을 종합 선수권대회에선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놓고 다시 한번 불꽃퇴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세계선수권, 아테네 올림픽을 향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경보는 20km와 50km 두 가지 종목이 있다.
이대로 선수는 제32회 전국 종별 육상 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시간 23분 35초로 20km 1위를 차지해 이미 세계 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B기준(1시간 22분~24분) 기록은 통과된 상태다.
그렇다고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올 6월달에 있을 종합 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번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단 한번의 신기록보단 꾸준히 좋은 기록을 내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재기의 한고비를 넘겼지만 이대로 선수의 몸과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매일 아침 새벽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자세를 가다듬고 강한 체력을 유지한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성실함과 끈기로 무장한 그에겐 내일의 역경도 이젠 두렵지만은 않다.
경보는 다른 육상종목과 달리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경기를 치를 수 없다. 제한된 몸놀림에 따라 항상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기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에 실격을 당하기 십상이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척 힘들고 고단한 운동인 것이다.
이대로 선수는 다른 경보 선수들에 비해 신장이 그리좋은 편이 아니다. 좁은 보폭이 최대의 단점이긴 하지만 특유의 스피드와 승부근성이 그런 약점을 뛰어넘게 한다.
"당장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제 실력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꿈을 향해 멀리 보고 운동을 할 것입니다."
"매일 하는 운동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세상 무슨 일을 해도 마찬가지다"란 말로 일축하는 그에겐 스물넷의 젊은이답지 않은 성실함과 진지함이 배어난다.
한 걸음, 한 걸음 결승점을 향해 일정한 룰을 지키며 바르게 걸어가야 하는 경보경기가 차분하고 성실한 그를 참 많이 닮아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지금처럼 이대로 상승세를 탈 수 있길 그의 멋진 이름처럼 기원해 본다.
세계무대를 향해 가자! 이/대/로!